2000 The Past /The Present _ 김미진 (미술비평, 조형예술학 박사) 2000

The Past / The Present

김미진(미술비평, 조형예술학 박사)

비디오 풍경 1-비디오 정원
갤러리에 설치된 정소연의 비디오 작업은 같은 장소에서 다른 시간대의 풍경을 보여준다.정소연은 갤러리 앞 가정집 정원에 1대의 CCD 카메라를 설치하고 녹화하여 갤러리 안에 설치된 10대의 모니터를 통해 정원의 변화과정을 보여준다. 9대의 TV 모니터는 지나간 시간의 풍경을, 1대는 현재의 정원모습이다. 갤러리 공간은 집안 거실의 형태로 꾸며졌고, 10대의 평면 TV 모니터들은 창문 혹은 그림을 건 액자처럼 벽에 설치되었다. 10대의 TV모니터를 통해 보여지는 풍경은 10가지 다른 시간대의 정원 모습이다. 장미를 비롯한 계절 꽃과 나무들이 아름답게 가꾸어져 있는 조그만 정원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모양이 조금씩 변해 간다. 아침과 낮, 저녁, 비가 올 때, 바람이 불 때 등 시시각각 변화하는 모습을10대의 TV모니터로 볼 수 있다. 맑은 날 정지된 듯한 이미지는 미세한 바람에 아주 조금씩 흔들리는 나뭇잎이나 꽃잎 또는 날아다니는 곤충으로 대상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다. 마치 인상파 화가 모네가 시시각각 변화되는 현상을 쫓아 그림을 그렸던 순간적 회화의 시도를 정소연은 비디오로 표현한다. 10대의 모니터를 통해 보여지는 이미지들은 과거와 현재자체를 변화시킴으로 현재성조차 알 수 없게 한다.

비디오 풍경 2-거리의 모습
갤러리 벽면에 2대의 프로젝터로 구성된 화면은 갤러리 앞 거리 풍경이다. 이것은 CCD 카메라로 녹화되었거나 생중계되는 일상의 거리 풍경으로 어제, 혹은 이전의 풍경과 현재의 풍경을 동시에 보여준다. 같은 장소에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거리 모습은 지나가는 사람들과 자동차로 그 변화를 알 수 있을 뿐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그러나 조금씩 현재가 과거가 되고 있는 시간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비디오 정물
회화의 또 다른 소재인 정물을 비디오로 작업한 것이다. 갤러리 한쪽 벽면에 금박액자로 둘러진 2대의 평면 모니터로 보여지는 정물은 갤러리 한쪽 구석에 설치된 화분과 시계로 구성된 것이다.
카메라를 통해 보여지는 현재 정물의 모습은 하나의 회화작품처럼 평면적이고 변함이 없다.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2개의 정물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계바늘의 방향으로서 하나는 과거의 정물이고 하나는 지금의 시간임을 알 수 있다.

정소연은 일상의 이미지를 현상학적 측면으로 관찰함으로 고정된 대상, 장소를 다양한 시각적, 시간적 경험의 장으로 변화시킨다. 비디오의 빠르게 움직이는 화면에 익숙한 우리는 정지된 듯한 화면과 정소연의 평면적 유도를 통해 회화적 이미지를 느낀다. 고정적이며 같은 이미지로 보이지만 미세한 움직임이 감지되어 화면은 갑자기 활기를 띄게 된다. 이 예민한 변화로 우리는 감성적이 되고, 시적인 감흥을 갖게 된다. 정소연은 시간을 평면에 옮겨 비디오의 객관성, 동시성을 회화적 방식으로 바꾸어 놓았다. 자세히 관찰하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이 정지되어있는 듯한 이미지를 통해 우리는 회화적 감정을 전달받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정소연은 갤러리라는 작고 규격화된 공간에서 주변외부공간들을 데려오고, 갤러리 밖의 전 공간을 흡수함으로 일상의 공간을 확장시킨다. 또 이 공간을 서로 다른 시간으로 보여줌으로 ‘현재의 과거 됨’이라는 시간의 흐름을 체험하게 한다.
조용하고 은밀하게 변하는 그의 이미지는 시간과 공간, 과거와 현재, 속도와 느림, 비디오와 회화 등의 이중화를 통해 우리를 예민한 감성으로 이끈다.